오늘 남편이 퇴직했습니다

1. 일용직은 바로 취업이 가능하다. 연금 받고 있으면 임시직도 괜찮다, 이정도 일도 괜찮다면 나에게 좋은 일이다.
2.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에게 해준다
3. 시중에 출간된 퇴직 책들을 나름 꼼꼼히 둘러봤다. 95% 이상이 남자 본인 입장에서 쓴 터라 아내나 그의 가족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어렵다.
4. 회사 투자 규모 축소로 '강제퇴직', 권고사직됐는데 자발적으로 퇴직한 것처럼 되어 있었다. 퇴직 사유를 수정해서 실업급여를 받았다.
5. 아내 D씨는 경제적으로 편한 노후가 되려면 연금을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노후에 누가 꼬박꼬박 50만원씩 주겠는가? 결국은 연금이다.
6. 그리고 70~90대 부모는 50대 자식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약자다. 부모는 약자로서 자식 부부의 상태에 민감하다. 노부모의 삶의 질은 자식 부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젊은 자녀들도 마찬가지다. 부모 사이가 안 좋아지면 정서적으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일을 하는데도 신경이 곤두선다.
7. 명퇴금은 젊을 때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도 없이 일하고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받은 돈이다.
8. 요즘 유튜브에서 전원주택 소개하는 영상을 많이 본다. 눈으로 호강하고 있다. 영상에서보여주는 주택은 넓고 깔끔하다. 잔디가 잘 가꾸어져 그림 같다. 그런데 그 좋은 집을 이사하려고 내놓는다고 한다. 왜 일까? 주거지를 시골로 옮긴다는 것은 가치관이 달라져야 하고 고립을 감당할 정신적인 성숙이 이써야 가능하다는 의미 같다.
9. 전세를 2년마다 옮기는 비용이 어디서 나오겠는가. 제 살 갉아먹는 일이다. 이제는 500만 원 이상의 이사 비용은 빚이 된다. 나올 데가 없다. 그리고 결혼 후 여러 차례 이사를 경험한 터라 옮겨 다니는 데 진절머리가 난다.
10. 남편은 택배분류, 육체노동을 한다. 더불어 원광디지털대학교 동양학과에서 한 학기 24학점을 듣는다. 두 가지를 해내느라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다. 저녁에 누구 만나서 한 잔할 시간이 없다. 오전에 수업 듣고 오후 4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일하기 때문이다. 집과 일하는 곳을 오고가는 데 2시간, 일과 공부 병행으로 푹 쉴 시간이 없다. 주말에 8시 넘어 일어나는 게 본인에게 주는 달콤한 휴식이다
11. 글을 쓰고 책을 쓰면서 자유롭게 살려면 두 가지가 있어야 함을 알게 됐다. 그것은 책임과 존중이다. 책임은 본인이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돌려두는 것이며 자신의 밥벌이를 하는 것이다. 존중은 있는 그대로바라보고 인정함을 의미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특히 배우자를 바라볼 때 있는 그대로를 인정 못하고 자기 방식대로 고치려 한다. 그건 존중이 아니라 강요에 가깝지 않을까. 나 자신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상대방을 먼저 자유롭게 해주자.
난 이제 입사한지 간신히 반년이 채워졌는데 벌써부터 퇴직이 두렵다. 맨날 읽는 책들이 그런거라 걱정이 배가 된다. 인생을 아니 하루를 계획대로 살고, 일정을 늘 준비해두어야 마음이 편안한 나는 인생이 준비되어있지 않은 것 같아 그게 가장 두렵다. 부부금슬? 그런것도 다 돈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돈 없으면 그냥 빨리 인생 하직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수단일지도 몰라...ㅎㅎ 해도 저자가 말한 것처럼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책들이 남성 서사로 작성되고 있는 부분에 있어 이 책은 내 궁금증을 꽤나 해소해 준 책이다. 이제 내 계획을 더 다듬고, 공부하고, 완성해야한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