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imakemylifebeutiful 2020. 9. 1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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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 "성실성이 대체 뭐지요?" 하고 랑베르는 돌연 신중한 태도로 물었다. "일반적으로는 모르겠지만, 내 경우에 ㄱ것은 나의 직책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의사 리외가 한 말)

2. 조사 결과 예방 격과 예방 격리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상사와 불행에 눈이 뒤집혀서 페스트를 태워 죽여버린다는 환상으로 자기 집에다 불을 질렀던 것이다. 빈번한 화재는 맹렬한 바람을 타고 그 지역 일대를 끊임없는 위험 속에 몰아넣었으므로, 그러한 짓을 말리느라고 무척 애를 먹었다. 당국에서 실시하는 가옥 소독만으로도 모든 전염의 위험을 몰아내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아무리 증명해주어도 소용이 없어서, 마침애 그 죄없는 방화자들에 대해서 극히 엄한 형벌을 내리겠다는 법령을 공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3. 그런데 초기에 우리 장레식의 특징을 이루고 있는 것은 신속성이었다. 모든 형식은 간소화되었으며, 일반적인 장례식은 폐지되었다. 환자들은 가족과 헤어진 채로 죽었으며, 밤샘은 금지되어 있었으므로 결국 저녁나절에 죽은 사람은 송장 혼자밤을 넘기고 낮에 죽은 사람은 지체없이 매장되었다. 물론 가족에게 통보는 하지만, 알려봤댔자 대부분의 경우 그 가족도 만약 병자 곁에서 살던 사람이라면 에방 격리를 당하고 있던 터라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누가 죽어도 그 것을 충분히 인지할 틈이 없었고, 되려 인간을 죽게 한 그 병에 내가 노출되어 더 큰 전염을 일으킬까 격리에 치중한 현실 )

4. 이제 아무도 거창한 감정을 품지 않게 되었다. 모든 사람은 단조로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이젠 끝날 때도 되었는데"하고 시민들은 말하곤 했다. 왜냐하면 재화의 기간 중 집단적인 고통의 종말을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또 사실 그들은 그것이 끝나기를 희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5. 그리고 여느 때 같으면 친절함과 익살로 해서 영원한 청춘을 간직하고 있던 그 얼굴이 갑자기 버림받은 듯 반쯤 열린 입술 사이로 침이 한줄기 흘러내려 피로와 노쇠를 드러내고 있었다. 리외는 목이 메이는 듯했다. 그렇게 심약해진 자신을 보고 리외는 자기가 얼마나 피곤한가를 가늠할 수 있었다. 그의 감수성은 걷잡을 수 없었다. 대개의 경우는 엉겨서 굳어지고 메말라 있던 감수성이 때때로 풀어져서 억제할 수 없는 감정 속에 리외를 몰아넣곤 했다. (페스트를 감당하려 보건대를 운영하는 의사 리외는 매일이 너무 끔찍하고, 고단했던 상황, 그 고단함 속에서 어느 순간 감정에 틈이 생기면 폭포처럼 쏟아지는 마음을 표현한 구절, 공감가고, 넘 잘 표현했다 생각해)

6. "참 인정이 없군요"하고 누군가 어느 날 그에게 말했다.(자기 자식을 살려주지 않는다고 환자의 부모가 리외에게 한 말) 천만에, 그는 인정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 인정으로 해서그는 살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들이 죽어가는 광경을 매일 스무 시간 동안 참고 볼 수가 있었다. 그 인정으로 해서 그는 매일 같은 일을 다시 시작했다. 처음부터 그는 꼭 그만큼의 인정을 가졌던 것이다. 그러니 그 정도의 인정이 어떻게 사람을 살려주기에 충분할 수 있을까?

7. 그러나 타루가 보기에 코타르의 태도에는 거의 악의가 없는 것 같았다. "난 그런 것을 먼저 다 겪었지"라고 말하는 그의 말투는 으스댄다기보다는 차라리 불행을 드러내고 있었다.

8. 그런 것으로 어머니는 용서해줄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내가 그런 말을 사용했었죠. 나중에 안 일이지만, 어머니는 용서받아야 할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결혼할 때까지 내내 가난에 시달렸고, 가난이 그 여인에게 체념을 가르쳐주었던 것입니다.

9. 그렇습니다, 리외, 페스트 환자가 된다는 것은 피곤한 일입니다. 그러나 페스트 환자가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것은 더욱더 피곤한 일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피곤해하징요. 왜냐하면 오늘날에는 누구나가 다소는 페스트 환자니까요. 그러나 페스트 환자가 안되려고 애쓰는 몇몇 사람들이 죽음이외에은 해방구가 없는 극도의 피로를 체험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닏.

10. 당국은 날씨가 추워지면 병세가 수그러들 것으로 에상했는데, 반대로 페스튼는 며칠 동안 계속된 겨울 첫 추위에도 물러감 없이 기승을 떨었다. 더 기다려야만 했다. 그러나 사람이란 기다림에 지치면 아예 기다리지 않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우리 도시 전체는 미래에 대한 희망없이 살고 있었다.

11. 카뮈는 그의 소설체로 된 작품에 '소설'이라는 호칭을 붙이기를 늘 꺼려했다고 한다.

<추가>
12. 종교에 의하면 한 인간에게 있어 앞의 반생은 상승이고 뒤의 반생은 하강인데 하강기에는 인간의 하루하루가 이미 그의 것이 아니므로 언제 빼앗길지 모르는 일이고, 따라서 어쩔 도리가 없으며 그러니까 전혀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이 바로 최선의 길이라고 대강 설명했다.

13. 그러나 이런 망할 놈의 병은 걸리지 않는 사람까지도 마음속으로는 걸려 있단 말입니다

14. 어느 카페에서 '순수한 알코올은 세균을 죽인다'라는 광고문을 써 붙이자, 술이 전염병을 예방해준다는 것이 일반화되어오던 터라 그런 생각은 사람들의 뇌리에 사실처럼 굳어졌다. 매일 밤 2시쯤 되면 카페에서 쏟아져 나오는 상당수의 주정꾼들이 거리마다 가득 차게 되었고, 그들은 서로 낙관적인 얘기들을 주고 받았다. (이 생각이 2020년에도 유효하다니 미개한 인간들)

15. 어쨌든 다른 경우였다면 우리 시민들은 좀 더 외향적으고 좀 더 적극적인 생활 속에서 돌파구를 발견할 수도 있었으리라. 그러나 동시에 페스트는 시민들을 한가하게 만들어 그 침울한 시내를 빙빙 돌게 했으며, 하루하루 부질없는 추억이나 되풀이해서 생각하도록 몰아넣었다.

16. 리외가 자기 직업을 이번처럼 무겁게 여긴 일은 결코 없었다. 그전까지는 환자들이 그가 쉽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몸을 완전히 그에게 맡겼다. 처음으로 의사는 환자들이 증세를 숨기려고 들며, 일종의 불신에서 오는 놀라움으로 병속에 깊이 은신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17. 지금 해야 할 일은 인정해야 할 것은 단호히 인정하고, 결국에는 쓸데 없는 공포감을 쫓아버려 적당한 대책을 강구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하면 페스트는 멎을 것이다.

18. 봄은 오직 공기의 성질로, 또는 어린 장사치들이 교외에서 가지고 오는 꽃 광주리로 알아볼 수 있을 뿐이다. 말하자면 봄은 시장에서 매매되는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