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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생각

imakemylifebeutiful 2021. 3. 1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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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해 내내, 그 옆 그림은 18개월째 우리집 벽면을 채워주고 있다.

새 달력을 살까 했지만, 올해는 비워두기로 한다.

 

폭설

올해는 눈이 정말 많이 온다.

작년에도 이렇게 온 적이 많았나?

예전에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때 내 키보다 큰 눈사람을 만든적이 있었다.

팔과 눈도 만들어주었는데, 다음날 아침 학교 후문에 무너져 다시 눈이 된 것이 슬펐다.

그때는 꼭 어린이용임에도 내 손가락의 두배 길이나 되는 스키장갑을 꼈다.

다시 내 키만한 큰 눈 사람을 만들날이 올까? 나는 살면서 몇번의 눈 사람을 더 만날 수 있을까

 

너무도 오랜만에 카페에 갔다. 먹어보고 싶었던 케이크도 주문했다.

오빠는 늘 어려운 책을 읽는다. 몇개월이 걸려도 읽는다.

나였으면 재미없는 책은 금새 덮어버렸을거다. 새로운 책을 읽고, 또 재미없으면 새로운 책을 찾아갈테지.

그렇게 집중하는 오빠를 괴롭히고 싶다.

집중력을 깨뜨려도 또 책을 읽을 오빠를 테스트해보고 싶다.

 

애착 수건, 애착 통닭?

나는 30살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아이 때처럼 큰 수건을 가지고 잔다.

새로 빨아 달콤한 섬유유연제 향이 폴폴 나는, 부드럽고, 적당히 까실한 수건의 감촉을 좋아한다.

아주 어렸을 때는 아주 현란한 당근색 수건에 큰 토끼가 그려져있었다. 

그 토끼수건은 너무 오랫동안 내 잠자리를 함께 하느라 곳곳이 길게 올이 나가, 렉에 걸린, 바이러스에 걸린 토끼같았다.

엄마의 사은품이었던 디올 수건은, 요즘 종종 통닭으로 변한다.

2층에 올라왔을때 오빠가 깔끔하게 정리해둔 이불 속 4개의 베개 사이에 폭 묻혀 있는 통닭인 수건이 반갑다.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고 싶으면서도, 가끔 누를 수 없이 사고 싶어지는 물건들이 있다.

투명하지 않은 자기 컵에 딸기 우유를 먹자니 맛이 없었다.

투명하게 빛나는 컵에 딸기 청을 가득 담고, 예쁜 나무 수저로 저으며

그 흰 우유색이 분홍색으로 변하는 과정을 꼭 확인하고 싶었다.

빙수도 해먹어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