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막 나를 사랑하게 된 사람처럼 빤히 바라보는 것이다

imakemylifebeutiful 2021. 6. 2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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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유>

절에서 온전히 하루를 보내며 알았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주어진 그대로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

비가 오면 내내 젖는다는 것을

이곳에는 거짓이 없다

시기나 질투도 없다

그저 주어지면 주어진 대로

정갈하게 삶을 살아내는 생명이 잇을 뿐

밤이 되면 암막 같은 고요가 내리고

새벽의 햇살은 서늘했던 언젠가의 나를

살포시 어루만져 주는 엄마의 손길 같다

추녀 끝에 인연처럼 매달린 풍경 아래로

물고기 한 마리가 유유자적 하늘을 헤엄치니

맑은 울음이 이내 이슬이 바다를 이룰 만큼 자유로울 뿐이다

세속에 젖은 아무개는 그 뜻을 모르니

스님 왜 저기에 물고기가 있나요 하고 묻자

기다렷다는 듯이 스님은 합장을 하시네

사는 동안 한 번도 눈을 감을 수 없는 물고기처럼

밤이고 낮이고 잠들지 못하는 당신의 마음이 있엇으니

하늘을 바다삼아 별빛이라도 헤엄할 심산은 아니겠소

사는 동안 차마 못 다한 마음들

그제야 한꺼버넹 제자리를 찾으니

내 안에 휘몰아치던 불안들이

일순간 풍경의 일환으로 잦아들 뿐이네

아주 깊고 평온한 잠에서

방금 막 깨어난 듯이

2. <꽃>

아름다운 것에도 추함은 있다

반대로 말하면

추하다고 해서 아름답지 아니한 것은 아니다

눈을 감으면 앞이 보이지 않는다

허나 이미지가 없는 것 또한 아니다

시각이라는 것도 기껏해야

인식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

그것에만 국한되는것이 어디 아름답다는 표현인가

아름답다는 말은 들어서도 알 수 있고

만져서도 알 수 있고

보지 않고 느낌으로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세상은 매일 아름다웠고 언제나 누추하였다

사람드링 어여쁘다 말하는 꽃들은

쉽게 얼굴을 붉히는 식물의 그것이다

식물의 그거싱 바로 꽃이다 라는 표현은 어떤 의미로 미천하다하지만 미천한 것이라고 해서항상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다솔직한 심정으로는 오직 스스로 추잡함을 나느 자만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3. <변명>시라는 건 뭘가방향일까방황은 아니고

살아가는 일이란 무엇일까행복일까항복은 아니고

헤어진다는 건 뭘까지워버리는 걸까지겨워서 그랬던 건 아니고

가장이 된다는 건 어던 마음일까지켜야 할 가족이 생기는 걸까이제 더는 나르 ㄹ지키지못하는 상황은 아니고

약속은 뭐지진실한 다짐 같은 건가절절한 아집은 아니고

성공이란 어떤 걸까끝내 성취한 무엇인가그걸 위해 내려놓은 수많은 상실의 탑은 아니고

4. <초록>누가 그러더라적당히 살아도 아름다울 수 있어야 한다고이름이 없어도의미는 이미 그곳에 있는 것이라고게으름도 개성이라고눈에 보이는 성장보다뿌리의 번영이 훨씬 ㅜ기중한 일이라고하물며 세상에 이름 있는 식물이라곤기껏해야 절반에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자연은 대부분 그 잘난 이름 없이도 무럭무럭 자란다고초록의 절대다수는 무명의 삶을 산다고상처 위에 덮이는 딱딱한 토양그곳에서 자라는 생명이 튼실한 양분을 머금고 산다고 보잘 것 없다고 폄하하는 이가실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존재라고평범하다는 말과 시시하다는 말의 의미를 함부로 오인해서는 안된다고유별나지 않은 것들이 세상에 초래하는 일바로 그것이 빛나는 삶의 기적이라고

인스타로 판매했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책.

오랜만에 친구들에게 줄 시집을 고르다 다시 한 번 읽게 되었다

내가 좋아했던 이유가 있구나.

이렇게 모순된 의미를 나는 사랑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