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한가운데
1. 그리고 사람이, 하고 그는 말을 이었다. 갑자기 두 개의 의무 앞에 놓이게 되고 그 중의 한 개도 결정적으로 또는 궁극적으로 수령할 수 없는 경우에는 더 저주받은 일이야.
2. 니나야, 라고 말했다. 나는 지금 마흔아홉 살이야. 오십니 다 된 여자는 많은 일을 겪었지만 다 지나가버린 일이야. 적어도 대부분을 이 나이에는 겪고 난 후이고 그것이 다 끝난 일인 것이 기쁠 뿐이야. 그것은 꽤 많은 갈팡질팡과 눈물과 히스테리와 싸움과 화해와 끝없는 오해와 몇 개의 아름다운 밤과 많은 기다림으로서 우리긔 기억에 남게 되지.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사랑은 언제나 기다림과 연결되어 있었어. 편지를 기다리고, 기차를 기다리고, 그의 이혼을 기다리고, 그의 최종적 결정을 기다리고, 그의 취직을 기다리고- 처음에는 독일에서, 나중에는 스웨덴에서 - 아, 맙소사, 그것은 기다림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었어.
3. 죽음이 나를 가져가려 하지 않았으니까. 이제 나는 생의 편으로 돌아섰던 거야. 그런데 산다는 건 그 당시의 나에게 있어서는 아는 것, 무섭게 많이 아는 것과 생각하는 것과 모든 것과 파고드는 것이었어.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어.
4. 니나는 내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생각에 잠겨서 말했다. 언니는 언니의 생활이 너무 고요해서 불만인 거야.
나는 펄쩍 뛰면서, 그렇지 않아, 내가 말한 것은 그런 뜻이 아니었어, 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갑자기 나에게는 니나의 말이 백번이라도 옳다는 것을 느끼고 깜짝 놀라서 잠자코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내 생이 너무나 불안정해서 불만인 거야. 우리는 이상해. 우리 인간은, 이라고 니나는 말을 계속했다.
5. 얘야, 너는 그의 생활을 근본적으로 망쳐버렸구나! 라고 나는 소리 질렀다.
니나는 나를 조용히 쳐다보았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는 그의 생을 밤이나 낮이나 꽉 채우고 있는 그의 일을 갖고 잇었고, 거기다가 그에게 생기를 주는 사랑을 가지고 있었어. 내 생각으로는 행복은 우리가 언제나 생기를 지니는 데에, 언제나 마치 광인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듯 무슨 일에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있는 것 같아.
6. 내가 그렇게 앉아서 할머니를 보고 있을 때 나는 갑자기 나 자신이 그렇게 앉아 있는 것을 보았어요. 늙고 부어서 반쯤 죽은 상태로, 그것은 결코 유쾌한 광경은 아니었어요. 갑자기 공포가 솟아올라서 빨리 밖으로 뛰어나가서 집 뒤 마당으로 갔어요. 거기에는 내가 달리아와 국화를 심었는데 그게 피어 있었어요. 그러고는 생각했어요. 이걸 좀 봐, 너는 이렇게 해서 중요한 인식과 적나라한 진실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어서 다시 들어가서 늙은 여인과 너 자신을 바라보아라. 소름이 끼치는 것도 너에게 해는 안될 것이다. 그것도 다 생의 일부분이니까. 우리는 추악한 것을 보지 않으면 중요한 것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생의 마지막까지 자신의 자유의지로 살아가는 니나의 이야기가 흡입력있었다. 슈타인에 대한 니나의 태도가 다소 이기적이고, 당황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으나, 그에 대한 니나의 입장도 고려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새로운 남자를 그리워하면서도, 니나는 또 자신의 생을 향해 나아가는데, 어마무시한 매력에도 놀라고.
고전문학치고 가독성이 좋아 읽기에도 편했다. 책을 사면 다시 알라딘에 되파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 책은 책장에 보관할 계획이다.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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