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르 디테일을 입다

1. 돈 욕심은 워낙에 없는 성격이지만 그래도 사람이다 보니 이른바 '현타'가 올 때도 있었는데, 그건 컴플레인을 받을 때도 갑질을 당할 때도 아니었다. 내 또래의 고객이 1,000만원씩 이용권을 끊어서 오고, 나는 그 사람의 발을 케어하고 있다는 사실. 월븍 70만원에도 불편함을 못 느낄 정도로 물욕이 별로 없던 나였는데 난생처음 마주한 빈부격차가 혼란스럽기도 했다.
2. 국내에 요가복 시장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사람들이 안 하는 덴 이유가 있는거야'가 아니라 '사람들이 안 하니까 내가 해봐야지'라고 생각했다.
3. '날씬해 보인다'거나 '말라 보인다'다기보다는 본인의 체형 그대로를 드러내도 충분히 당당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보정력'이있다. 저마다 자신이 가진 체형의 장점을 살릴 수 있고 단점은 굳이 부각시키지 않는 옷을 만들고 싶었다.
4. 나는 항상 최악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좋은 결과만 생각했다가 그에 비해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소위 말해 '멘붕'이 오니까. 글지 않으려면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하는데 잘 되는 경우의 수는 적지 않나
5. 최악을 생각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된다. 최악을 고려해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하고 시뮬레이션을 할 다음에는 부정적인 면을 긍정적인 힘으로 전환한다. 예를 들어 부도가 나기 직전이었을 때 나는 부도가 나는 경우까지 각오했다. 하지만 '아직 부도가 난 건 아니니까, 더 해볼 수 있잖아'라고 생각하며 그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6. 나는 어렸을 때부터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하루 빨리 사회에 나와 일을 시작하면 좋을 줄 알았는데 막상 사회에 나와 보니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7. 불합리한 걸 참지 못하고,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꼭 말해야 직성이 풀렸던 나는 좌충우돌하는 일이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사회에 나올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었던 것 같다. 최근 대학생인 친구가 4년이라는 시간이 아깝고 빨리 취업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나는 무조건 대학생활부터 충실히 하라고 말했다. 대학생활은 중고등학교 시절과는 또 달라서 사회의 축소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간접적으로나마 사회생활을 체험하고 본격적으로 뛰기 위한 준비를 하는 시간은 무척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물에 들어갈 때 몸을 먼저 적시고 들어가는 것처럼 충격을 완화하고 대응력을 키우는 준비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8. 줄곧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참을 필요가 없다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내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것을 무조건 참거나 눈감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불완전한 사람들이 모여 이루는 것이 사회이고, 그런 만큼 세상이 동화 속 이상적인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손해를 보는 기분이 들 때도 있고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게 오히려 나한테 이득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어떨 땐 내가 일을 한 만큼 대가를 못 받을 때도 있고, 또 어떨 때는 내가 한 것에 비해 많은 대가를 받을 때도 있다. 좀 더 길게 보고, 이런 굴곡을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넘길 줄 알아야 했지만 난 매번 불만을 터트렸다.
될놈 될, 오기가 사업을 성공시키고, 깡다구가 있어야 된다. 빚도 능력이 있어야 낸다는 말처럼.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지 않은 것이 성공의 키워드였던 부분도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