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imakemylifebeutiful 2020. 9. 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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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희>
1. 나와, 재희가, 우리가 만났던 남자들과, 그들과 겪었던 연애사를 대충 엮어서 아무 애기나 써댔다. 사실 그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잠이 잘 오지 않아 뭐라도 할 일이 필요했고, 밤새 떠들고 놀던 사람이 없어져버려 누군가에게 자꾸만 쓸데 없는 얘기를 털어놓고 싶어서였다.

2. 집착이 사랑이 아니라면 난 한번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

3. 누가 시켜달랬나. 애초에 결혼식 사회 같은 건 하고 싶은 적도 없었건만 그 놈의 관례인지 뭔지 때문에 못하게 됐다고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더러웠다

사람은 늘 두 사람을 사랑한다. 나 또한 살면서 절대로 남자만 사랑하지 않았고, 여자도 늘 사랑했다. 내 학창시절 눈물을 받아주던 수연이를 사랑했고, 미안함을 편지로 전해줄 줄 알던 찬호를 사랑했고, 늘 예쁜 마음을 전할 줄 알던 세영이를, 혜욱이를, 언젠가 언니같은 가현이를, 집착같은 사랑을 준 이환이를, 현우를 사랑했다. (이정도만 하자. 너무 많은 사랑을 드러내는 것은 좋지 않아)
다 같은 사랑이냐 물으면, 어느하나 모자르지 않고 모두를 사랑했다고 말하겠다. 영이와 재희도 그런 사랑을 나눴을 테다. 재희의 결혼과 영이와 K3의 사랑과 다름 없는 사랑!

<우럭 한점 우주의 맛>
1. 꿈 그거 좋지. 그러나 이거 하나는 기억하게. 기회는 기차와도 같아. 한번 가면 돌아오지 않지. 기차는 매일 매시간에 돌아오는데 도대체 무슨 개같은 소리일가 생각하며, 그렇게 나의 첫번재 회사생활을 정리했다

2. 엄마라는 불행의 진원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하루에도 몇번씩 끓어오르는 내 감정의 본질을 알기 위해 나는 일주일에 한번씩 아카데미에 갔다

3. 그렇게 한참 동안 의미 없는 메세지를 주고받다 보면 갑자기 바람 빠진 풍선처럼 모든 게 다 부질 없어지곤 했는데, 그가 나에게 (어떤 의미에서든)관심이 있는게 아니라 단지 벽에 대고서라도 무슨 얘기든 털어놓고 싶을 만큼 외로운 사람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는 그런 외로운 마음의 온도를, 냄새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때의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4. 팀장은 사정이 나아지면 언제든지 돌아오라고 말했지만, 서른한살은 그런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정도로 순진한 나이는 아니었다

5. 가족 얘기를 할 때면 자기 감정에 취해 마치 연극배우라도 된 것처럼 구는 게 좀 웃겼고, 등가교환의 법칙처럼 내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 불편했지만 그의 삶을 알게 되는 것은 좋았다. 숱한 밤 동안 그의 애기를 하염없이 듣고 싶었다. 그래서 내 머릿속에서 구멍이 숭숭 뚫린 채 자리한 그라는 존재의 퍼즐을 완벽히 맞추고 싶었다. 내가 모르는 그의 인생, 내가 모르는 그의 습관, 내가 모르는 그의 호흡까지도 오롯이 재구성해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6. 뭔가 큰 실수를 저지른 것 같았고 내 티셔츠나 모자에 박힌 성조기가 처음으로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나의 정치적인 무지가 부끄러웠다기보다는(그딴 걸 부끄러워해본 적은 없으므로) 그가 멍청하고 생각 없는 내 본연의 모습에 질색할까봐, 그래서 다시는 나를 봐주지 않을까봐 두려웠다

7. 영씨는, 내가 어떤 세상을 살아왔는지 상상도 못할 꺼에요. 그러는 당신도 내 세상을 알지 못하잖아요. 알고 싶어하지도 않고,

8. 너무 애쓰지마. 어차피 인간은 다 죽어.

좋은 사람을 만나 사랑하는 것을 모두가 바라고 가장 이상적인 사랑이겠지만, 사실 좋은 사랑은 그리 쉽지 않다. 어쩌면 좋은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너무 구리고 더러운 면은 저 깊숙히 감추기가 쉽기 때문에. 박상영 작가님이 이런 면을 너무 잘 드러냈다고 느꼈다. 사랑은 그렇다. 구질구질하고, 사회적이거나 도덕적인 가치관을 들이밀어도 그냥 감정에 따라간다.(끌려가는 걸까) 어쩌면 그 사람을 가장 많이 사랑할수록 유달리 더 그렇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동성간의 사랑은 더 쉽지가 않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쉽게 드러내기도 쉽지 않고, 드러낸다해도 축하나 축복보다는 질타와 조롱의 대상이 된다. 그들의 사랑이 뭐가 다르지? 그들이라고 부르는 것도 너무도 멀다

<대도시의 사랑법>
1. 시간이 지나 미움도, 원망도, 싸움의 원인도 잊힐때 즘이면 우리는 또다시 집으로 돌아와 서로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안 채 침묵 속에 화해를 하고 관계를 이어나갔다. 헤어짐과 화해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어떤 영화에서는 처음 너를 알게 됐을 때보다 너가 언제 이런 표정을 짓는지, 언제 뭐가 필요한지, 너에 대해 다 알게 됐다고 느낄 때 가장 너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럼 지금 나는 사랑하고 있을까 권태로움과 사랑 사이를 오가는 연애가 행복하기도, 가끔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오빠가 없는 내 삶의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분명한 사실이 이 마음이 권태가 아닌 일상이라고 깨닫게 한다

**이 대목에서 박상영작가님의 인스타를 팔로우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