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개의 찬란한 태양

imakemylifebeutiful 2020. 12. 2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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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7

 

1. 하지만 라일라는 자신의 미래가 오빠들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들은 그녀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죽을 때도 그녀는 그들에 가려 미미한 존재일 터였다. 엄마는 오빠들의 삶을 보관한 박물관의 큐레이터였고 라이라는 그곳을 찾은 방문객일 뿐이었다. 그녀는 오빠들의 신화를 위한 피난처에 불과했다. 그녀는 엄마가 그들의 신화를 기록하는 데 필요로 하는 양피지일 뿐이었다.

 

2. 이제 마리암은 그가 저녁에 집에 오는 소리를 들으면 겁부터 났다. 열쇠 돌아가는 소리가 나고 문이 삐걱 소리와 함께 열리면 가슴이 방망이질을 했다. 그녀는 그의 구두 발자국 소리, 구두를 벗고 난 후의 낮은 발소리를  침대에서 들었다. 마룻바닥 위로 위자다리를 끄는 소리, 앉으면서 등나무 의자가 삐걱거리는 소리, 접시에 스푼이 닿는 소리, 신문 넘기는 소리, 물 마시는 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그가 뭘 하고 있는지 알았다. 그녀는 가슴을 졸이며, 오늘 저녁에는 무슨 구실을 대 자신을 닦달할 것인지 궁금했다. 그의 화를 돋울 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늘 있었다. 그를 즐겁게 하기 위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아무리 그의 요구대로 해줘도 충분하지 않았다. 

 

3. 때때로 허드렛일이 끝나면 라일라는 엄마의 침대속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엄마를 팔로 감싸고 손을 맞잡고 엄마의 머리에 얼굴을 묻었다. 그러면 엄마는 몸을 뒤척이며 무슨 말인가를 했다. 결국 이야기는 아들들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갔다.(중략)

"아마드는 지도가자 될 재목이었다. 카리스마가 있었지. ~~"

 

4. "내가 뭘 모른다고요?"

엄마가 손을 들어올려 가슴을 두드렸다.

"여기 있는 것 말이다. 여기에 뭐가 있는지 모른단 말이다."

그러더니 그녀의 손이 흐늘흐늘 아래로 내려왔다.

"너는 몰라."

 

5. "내 딸아. 이제 이걸 알아야 한다. 잘 기억해둬라.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 바늘처럼. 남자는 언제나 여자를 향해 손가락질을 한단다. 언제나 말이다. 그걸 명심해라, 마리암."

 

두꺼웠던 책이었는데도 너무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처음에는 무슨 신앙에 관련된 책인줄 알고 기피했었다. 이 책을 추천해준 아이가 너무나도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기 때문에. 그러나 잠을 미루면서도 읽어내려갔다. 아직도 여운이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