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네가 너무 생각이 많은 거야"
"하지만 생각 없이 낳는 것도 무책임하지 않아?"
2. 사명감 없이 단순히 '귀여운 것'에 대한 욕망으로 내 인생의 큰 선택을 할 순 없었다.
3. 나와 남편을 닮은 작은 꼬물딱지는 얼마나 더 사랑스러울지 천 번은 넘게 상상했다. 그럴 때마다 '충동적이어지지 말자'라며 나를 다잡았지만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주제에 우리 둘을 닮았을 그 작은 생명체는 나를 꽤나 괴롭게 했다.
4. '딩크'를 이야기했을 때 남편은 '그러자'라고 흔쾌히 말했지만 그 답변은 사실 '적극 찬성'이 아니라 '마음대로 해'에 가까우써다. 특히 남편은 아이에 대해 '낳고 싶지 않아'가 아니라 '너의 뜻에 따를게'라고 말하는 사람이었기에 더 그랬다. [네 뜻에 따른다]는 말은 [내 뜻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를 내포한다.
5. "애 없으면 이혼한대."(중략)"은진아, 다음 주 약속. 우리 집으로 올 수 있어?"
"무슨 일 있어?"
"아, 나 집에 애기가 있잖아. 애 데리고 나가기 힘들어서."
"난 지방에서 가는데. 기차역에서 너희 집 멀지 않아?"
"그래도 넌 애가 없으니까 자유롭잖아. 애 엄마라 힘들다. 좀 봐 줘."
(중략)
"넌 애가 있어 모르겠지만."
"우리 둘만의 시간이 주는 기쁨이 있어."
"애 낳으면 네 인생은?"
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6. 사람마다 만족하는 부의 크기는 다르겠지만, 확실한 건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지 못하는 가난은 노후를 불행하게 한다. 주변에서 젊은 시절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쏟아 넣고는 막상 본인이 나이 든 후엔 아무것도 남지 않아 불행한 사람들을 많이 봤다. 그렇기에 나는 노후를 걱정하지만, 그러한 걱정 때문에 자식을 낳아야 한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 본 적 없다.
7. '난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더라도 항상 배우자를 우선으로 생각해야지.'모성애 강한 우리 엄마 성격과, 아기라면 깜빡 죽는 나의 성향을 보면 내 자식을 얼마나 신줏단지 모시듯 할지는 뻔햇다. (중략) 그래서 내가 혹여나 자식에게 눈이 팔려 사랑하는 나의 배우자에 소홀해질까 봐 다짐을 되뇌곤 했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직업을 가지고, 결혼을 생각하다보니, 매일 육아에 대한 생각을 했다. 특히 워낙에 현실적인 상상가라 어떻게 아이가 내 현실로 들어올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현실을 떠올렸다. 아이가 태어나면, 난 육아휴직을 사용할 것이고,(거지같은 지금 회사에서는 씨알도 안먹힐듯) 그리고 산후조리를 하겠지. 이미 여기서 한차례의 돈. 그 와중에 아기를 위한 방과 아기용품들을 집에 한움큼 구비했을테고, 내가 (운이 좋아) 복직한다면 도우미를 고용할텐데, 그 도우미는 믿을 사람이 아닐 확률이 높을 뿐더러 내 월급을 통으로 그 사람에게 갇다 바쳐야 한다.(조금만 검색하면 부부가 출퇴근하는 동안 아이를 돌봐줄 도우미 비용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어린이집에 최대한 빨리 간다고 생각하고, 아이를 돌까지 도우미에게 맡기면, 이후부터 어린이집에 보낸다.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 그나마 안심. 아이가 아프다면? 아이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다면?
어린이집, 유치원에 아이를 종일반으로 맡기고, 옷에 장난감에, 생활비에, 말 그대로 기저귀를 위한 돈을 벌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저축은 할 수 없을 것이고, 가뜩이나 집도 없는데, 내 집마련의 꿈은 더욱 접게 되겠지. 그동안 내가 늘 목표로 삼는 편안하게 살기는 점점 멀어질 것이다. 여행은 갈 수 있을까? 아마 내가 애기를 보면 오빠가 다녀올 수 있겠으나, 이미 우리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도 좋은 곳 구경하고, 새로운 자연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절대 두고 가지 않을 듯하다. 이런 생각을 하면 나는 아이를 별로 가지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아기가 궁금한 것은 오빠랑 나를 닮은 아이가 얼마나 이쁠까? 남의 애도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근데 조금만 생각하고 있으면, 난 그 귀여움과 사랑스러움 때문에 나랑 오빠를 무한으로 굴리며 살고 싶은 마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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