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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후 나는 매일 여러 개의 취업 사이트를 띄워 놓고 정작 이상한 동영상을 보고 쓸데없는 기사를 읽으며 밤을 보냈다. 하루는 길고 일주일은 금방 지났다. 멍하니 있으면 순식간에 마흔이 되고 쉰이 되고 아무 곳에서도 써 주지 않을 만큼 늙어 버릴 것 같았다. 정말이지 이젠 좀 제대로 된 일이 필요했다.
2. 좁고 작은 방을 배경으로 얼굴을 내밀고 앉아 아무 이유도 목적도 없는 일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걸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신기했고 재미있었는데 뭐랄까, 불쾌해졌다.
3. 전화를 받자마자 사장은 큰 소리를 냈다. 당장 나오라는 뜻이었다. 사무실로 가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다른 장소를 말해줬다. 어쨌든 빨리 와달라는 부탁이었다.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조급한 마음에 택시를 탔고 계속 기사를 재촉하게 됐다.
4. 이사를 간다는 예고도, 헤어지자는 선포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보다 더 '이렇게 살기 싫다'는 고백에 맥이 빠졌다. 그녀는 늘 내게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 거라는 안도감 같은 걸 주었기 때문이었다.
5. 김혜진이 바라보는 세계는 잔인하고 비참하며, 아픈 상처와 깊은 고통이 도처에 널려 있는 곳이지만, 매우 놀랍고도 흥미롭게도, 그는 그래도 '견딜 만하다'고 말하고 있다.
김혜진 작가의 책을 너무 좋아해서 팬심으로 시작한 책이다. 되려 단편이라 좀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난 이런 세세한 디테일들이 좋아서 맘에 꽤들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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