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먹어! 방 한구석에서 목소리가 들려왓다. 권유보다는 강하고, 명령보다는 부드러운 어조였다 2. 그가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의 입안에 손가락을 한 개, 두 개 그리고 세 개를 밀어 넣었sunaworld.tistory.com
1. "공부를 안 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무식한 사람이 되겠지"
"그러면요?"
"무식함이 네 걸림돌이 될 거야. 하지만 요즘 다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으니 그렇게 될 리는 없지. 자신의 지성을 키우지 않는 것은 죄악이란다."
2. "내가 겁나니?"
"조금요."
"좋은 일이야.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때도 두려워한는 편이 좋아. 그래야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거든."
3. 네 아빠는 네 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도(고인의 영혼이 평온하기를) 장례식에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마찬가지였어. 있는 둥 없는 둥 자리를 지키다 그냥 가버렸지. 겁쟁이여서 그래. 자기도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싶어서 부모님이 돌아가신 모습을 보지 않으려 한 거야.
4. 나는 엔초와의 사랑 이야기만 듣고 싶었다. 내게 고모처럼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빅토리아 고모는 그보다 아버지를 욕하고 싶어 했다. 고모는 나에게 억지로 왜 아버지에게 화가 났는지 내게 알려주고 싶어 했다. 결국 나는 친조부모님이 오 남매에게 남겨 준 유일한 유산인 집을 두고 일어난 다툼에 대해서 듣게 됐다.
5. "그래, 아파서 죽었어. 네 아빠 때문에 병이 든 거야. 네 아빠가 우리 사이를 갈라놓아서. 네 아빠가 엔초를 죽인 거야."
"그러는 고모는 왜 아프지도 죽지도 않은거죠? 고모는 고통스럽지도 않았어요?"
6. 나는 여름방학 전부터 고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모의 까칠한 목소리가 듣고 싶었기 떄문이다. 나를 자기 또래처럼 대해주어서 좋았다. 해변과 산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 안젤라와 이다가 자신들의 부자 할아버지, 할머니와 다른 부유한 친척들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나도 고모 이야기를 했다.
나 이런거 뭔지 너무 잘 안다. 나도 이랬던 적이 있었지.
7. "네가 네 아빠를 닮지 않아서 다행이로구나."
역겹고 유치하고, 치사한 인간들.
8. 고모 말에 아마 나도 모르게 두 눈에 눈물이 맺히고 슬픈 표정을 지었나 보다. 놀랍게도, 그리고 다행히도, 그런 내 모습에 고모는 처음으로 애틋한 마음이 들었는지 미소를 지으면서 나를 끌어당겨 무릎 위에 앉히더니 한쪽 뺨에 세게 키스를 해주고 살짝 깨물기까지 했다. 고모는 사투리로 "미안하구나. 네 아빠한테 화가 난 거지 너한테 화난 게 아니란다"라면서 내 치마 아래로 손을 집어넣고 내 허벅지와 엉덩이 사이를 몇 번 살짝 쳤다.
고모는 그 후로도 종종 나를 못마땅해하다가도 그런 식의 격한 애정 표현을 했고 시간이 갈수록 나는 그런 고모의 애정을 더욱 갈망하게 되었다.
9. "팔찌를 빼줄 수 있겠니? 우리 애들은 내가 너에게 그 팔찌를 준 걸 모르거든."
"사실대로 털어놓는 게 덜 복잡하지 않을까요?"
내 말에 아줌마는 괴로워했다.
"진실은 힘든 거야. 너도 크면 알게될 거야. 소설과는 다르단다. 그렇게 해줄래?"
거짓말, 거짓말. 어른들은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자기들은 끊임없이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10. 빅토리아 고모는 내가 고모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아버지가 얼마나 형편없는 인간인지 깨닫게 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런 고모를 평생 좋아해주고 감사한 마음으로 노년의 버팀목이 되어주기를 바란 것이었다.
11. 하지만 빅토리아의 말을 끝까지 듣고 나서 그는 어딜 가든 매듭짓지 못한 문제를 두고 떠나서는 안 된다면서 지금은 우선 밀라노에 매듭지어야 할 일이 있다고 깍듯하게 말했어. 로베르토는 그런 사람이야. 이야기를 들어주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자기 길을 가지.
12. 거짓말을 그만두는 순간 진짜 소년이 된 피노키오와는 달리 더 능숙하게 거짓말을 하고 진실을 숨김으로써 조반나는 진짜 어른이 된다. 조반나가 얼느이 되는 것은 단지 그녀가 순결을 잃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고 로베르토와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밀라노로 되돌아가는 순간 그녀는 어른들의 거짓된 세계 안에 한 걸음 내디딘다.
<같은 번역가 김지우의 책보기>
2020/09/25 - [책] -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1. 먹어! 방 한구석에서 목소리가 들려왓다. 권유보다는 강하고, 명령보다는 부드러운 어조였다 2. 그가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의 입안에 손가락을 한 개, 두 개 그리고 세 개를 밀어 넣었다. 그
sunaworld.tistory.com
<한길사의 책 더보기>
2020/12/02 - [책] - 10월 윌라 오디오북 추천, 나의 아름다운 이웃(김혜수), 걸리버여행기, 체공녀 강주룡,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사도의 8일, 여름
10월 윌라 오디오북 추천, 나의 아름다운 이웃(김혜수), 걸리버여행기, 체공녀 강주룡, 우리가 빛
오디오 북으로 듣기 좋았던 딱 소설다웠던 책 대화체가 많아서 대충 들어도 이해하기 쉬웠다 왜 그렇게 많이 팔리는지 알 것 같다 재밌고, 가볍지만, 유치하지 않은 소설 김혜수 배우의 낭독으
sunaworld.tistory.com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게 무해한 사람 (0) | 2020.12.18 |
---|---|
11월 윌라 추천, 오디오북, 가시고기, 우리들 킴 (0) | 2020.12.15 |
안다르 디테일을 입다 (0) | 2020.12.10 |
있을 법한 연애 소설 (0) | 2020.12.09 |
쓰레기 거절하기_너무 많은 물건으로부터 해방된 어느 가족의 도전기 (0) | 2020.12.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