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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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이야기

by imakemylifebeutiful 2021.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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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에는 6살때부터 꾸준히 수업하던 J가 있다. J는 말을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어디가 불편한 아이라 말을 못하나 싶었는데, 6살 중에 제일 한글도 잘 써내려갔고, 내 말을 빠르게 이해했다.(끄덕 끄덕이나 도리도리 손가락으로 답했기에 소통이 어지간하게는 가능하다)

친구들은 “떤땡님~ J는 말을 못해요!”했지만,
난 “어른이 되어도 말을 별로 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어~ 그리고 J는 한글도 너희보다 훨씬 먼저 알았는걸? J는 그냥 원할때 이야기하는 것뿐이야~” 하곤 했다


시간이 흘러흘러 아이들은 7살이 되었고,
친구들도 선생님도 J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혈안이 되었다
“선생님, J목소리 들어보셨어요??”
아이들은 “J야~~ 넌 뭘 좋아해??” 하고 나에게만 말해달라며 너나나나 J의 입에 귀를 대고 있다(ㅋㅋㅋ실제로 보면 너무 귀여운데)

꾸준히 J의 마음을 조금 얻은 나는 아이의 목소리를 종종 들을 수 있었기에 “그럼요~~!” 라고 답하거나 아이들은 선생님이 J에게 대신 물어봐달라고 하기도 했다(뿌듯)
- 마스크를 껴서 잘 못알아들은 말도 많았지만)
‘식용유’ 라고 한것이나 ‘비밀~~’ 이라고 한 단어는 귀에 쏙쏙 박혔고등 -

모세관현상을 사인펜으로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뭇잎 색칠을 먼저 끝나는 아이들 순서대로 “뿌리에 있던 물이 뭐를 타고 꽃까지 갈까?”라며 시작에 알려주었던 모세관이라는 답을 기다렸다.
(7세 아이들에게 모세관이 아주 어려운 말이라는 것은 안다. 27년 살면서 쓸일 없었는데 뭐)

그러다 J차례가 되었는데 J가 어쩐일인지 속삭이는 목소리가 아닌 아주 큰 목소리로 “모세관”이랃 말해주었다
친구들과 나조차도 다 (ㅇㅁㅇ!!!!!!!) 아이들은 “오 J 목소리 진짜 크다!!!” 라고 하고 있었다

나한테만 목소리를 들려줘서 뿌듯하니
나만 들려줬으면 하면서도
다른 아이들처럼 자기 표현을 잘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바라기도 하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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