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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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by imakemylifebeutiful 2021.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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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눈물이 안구를 정화시켰는지 사위가 맑고도 투명하게 보였다.

 

2. "엄마, 나 한국말 배웠어요. 아직 잘하지 못해요."

한국말을 잘 못해서 다행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말만 할 수 있어서.

 

3.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 너와 헤어진 뒤로 나는 단 하루도 너를 잊은 적이 없었다. 

 

4. 21세기에 우리에게 허용된 고독의 공간이란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래킹 루트, 혹은 코타키나발루 고급 리조트의 모래사장 같은 곳이지. 관광 산업이 정교하게 관리하는 이 고독을 경험하러 몇 달 월급을 쏟아부어도 모자랄 판이야. 시간이지날 수록 고독의 가치는 점점 더 커질 거야.

"값싸게 즐길 수 있는 고독도 많지 않나요?"

 

5.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겠지만, 요즘 세상에는 값싸게 즐길 수 잇는 고독이란 게 없어. 돈을 지불하지 않은 고독은 사회 부적응의 표시일 뿐이지. 심지어는 범죄의 징후이기도 하고, 예를 들어 선생들을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서 지내는 학생에게서 자살이나 학교 폭력의 가능성을 읽고, 이웃들은 친구나 가족의 왕래가 없이 살아가는 1인 가구의 세대주가 잠재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이코패스가 아닌지 늘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만 하잖아. 우리 시대의 고독이란 부유한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럭셔리한 여유가 된거야. 고독의 재발견이란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자는 거지. 고독이란 단어에 어울리는 요가나 명상 같은 프로그램이나 오가닉 상품들이 뭐가 있는지 한번 알아봐."

 

6. "아이에게 변기는 똥을 누는 곳, 컴퓨터 앞은 게임을 하는 곳, 볼일 다 봤는데도 미적거리고 있다면 그만 일어나라고 얘기해주는 게 엄마가 할 일이야"라고 현숙은 말했다. 일리가 있는 얘기였다.

 

7. 나는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마음먹은 죄가 그렇게 쉽게 사해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주님은 내게 죄를 사해주는 분이 아니라 복수할 권한을 빼앗는 분이었다. 나는 갑자기 무력해졌다. 

 

결국 정희재의 아빠는 누구일까 이것이 가장 명쾌하게 드러나지 않은 데에 아쉬웠다. 열린결말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 이렇게 저렇게 흔들리는 시점이나 시간 순서, 그리고 어려운 단어로 묶인 소설이 빠르게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결론만큼은 깔끔하길 바랬다. 정지은의 오빠가 희재의 아빠였다가, 유부남 선생님 최성식이 고등학생인 지은을 범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희재까지 등장해, 희재의 아버지라는 갈래를 만든다. 이희재의 등장은 뭔 소리야,. 하며 읽게 되었다. 

이희재부분 전까는 어딘가 심오하면서, 스릴러 같으면서도, 노동차별적 내용도 포함하려는 것을 잘 따라가고 있었는데, 결국은 두서없는 후기 만큼이나 헤매이며 끝났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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