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사람들은 자기 머리카락에 필요한 시술을 받기 위해 때맞춰 미용실을 찾는 일을 귀찮아했다. 요즘은 무엇이든 그랬다. 음식점에서는 복잡하게 이것저것 골라야하는 단품 메뉴보다 주방장이 '오늘의 특선'으로 정해 내주는 오마카세 메뉴가 각광받았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일주일에 한 번, 혹은 두 번씩 큐레이터가 구색을 맞춰 선별한 과일과 채소 꾸러미를 배송해주는 서비사가 인기를 끈 지 오래였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기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지 못햇다. 그것을 숙고하는 데 들일 시간과 집중력과 에너지가 없었다.
2. 타인들을 향해 자신의 취향을 드러냈다가 머쓱해지는 일이 해미에게는 종종 일어났다.
3. 퍽퍽한 밀가루 맛이 입안 가득 느껴지는 스콘이 그리웠다. 스콘을 따뜻하게 데워 반으로 가르고 딸기잼을 발라 커피와 함께 천천히 먹고 싶었다.
4. 우정이라는 적금을 필요할 때 찾아 쓰려면 펴소에 조금씨깅라도 적립을 해뒀어야 했다
5. 에너지 코어를 흡수한 캡틴 마블이분노로 불타는 불주먹을 갖게 됐다면, 세연이 흡수한 무언가는 세연의 말캉한 부분, 풍부하던 감정, 미성숙한 생각들, 마음의 빈 공간들과 어떤 너그러움까지 모조리 태워 없애버린 것 같았다.
6. 세연의 고등학교 시절은 도무지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고 새카만 터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기 드문드문 켜져있던 작은 등불이 진경이었다. 하지만 어둠이 너무 깊어서 단지 그런 등불이 있었다는 사실만 기억났다.
7. 세연에게 일은 자아 실현 같은 거창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생계였다. 아프거나 피곤하다고 놔버리면 대신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8. 시간이 지나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움직이는 사람, 항상 제일 먼저 곁으로 달려가는 사람, 힘을 가진 사람들의 너그러운 시헤 없이도 친구들을 지켜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9. 쌤은 나랑 밥을 먹으면 항상 계산도 혼자 하고, 말도 별로 하지 않고 다 들어주기만 하잖아. 쌤의 투정은 누가 받아줘요? 쌤 친구 많아? 많겠지. 하지만 그 중에 나 같은 친구 있어요? 없으면 내 앞에서 좀 울어도 되는데.
10. 너는 가끔 사람들의 눈앞에서 문을 꽝꽝 소리나게 닫아버리잖아.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 사람들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말이야. 그럴 때마다 말하고 싶었어.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 좀 기다려줄 순 없는거니? 모두가 애써서 살고 있잖아. 너와 똑같은 속도로, 같은 뱡항으로 변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람드릐 삶이 전부 다 잘못된거야? 너는 그 사람들처럼, 나처럼 될까 봐 두려운 거지. 왜 걱정하는 거니, 너는 자유롭고, 우리처럼 되지 않을텐데, 너는 너의 삶을 잘 살 거고 나는 너의 삶을 응원할 거고 우린 그저 다른 선택을 했을 뿐인데.. 참 이상해.다른 사람이었으면 벌써 관계가 끝났을 텐데, 이상하게 세연이 너한테는 모질게 대하지 못하겠더라. 이해하고 싶었어, 너의 그 단호함을. 너의 편협함까지도
11. 나 역시 무섭고 외로워. 버스? 이게 버스라면 나 역시 운전자는 아니야. 난 면허도 없고, 그러니 운전대를 잡을 일도 아마 없을 거야. 그건 우리보다 젊은 사람들이 할 일이야. 하지만 우리 이제 어른이잖아. 언제까지나 무임승차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나는 최소한의 공부는 하는 걸로 운임을 내고 싶을 뿐이야. 어떻게 운전을 하는지, 그 정도는 배워둬야 운전자가 지쳤을 때 교대할 수 있잖아. 너는 네가 벼스 바깥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우리 모두가 버스 안에 있다고 믿어. 우린 결국 같이 가야 하고 서로를 도와야 해. 그래서 자꾸 하게 되는 것 같아, 남자들에게는 하지 않는 기대를.
12.아무것도 표현하지 않는 걸로 강해지려고 하지. 자신을 드러내는 건 징징거리는 것이고, 그건 곧 약자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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