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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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by imakemylifebeutiful 2020.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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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신이 낮 12시 15분 경 자기 아파트에서 베르너 퇴트게스 기자를 총으로 살해했으며, 뫼딩이 아파트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그를 "데려갈" 수 있을 거라고 했고, 그녀 자신은 12시 15분에서 저녁 7시까지 후회의 감정을 느껴 보기 위해 시내를 이리저리 배회했지만, 조금도 후회되느 ㄴ바를 찾지 못했노라고. 그리고 그녀는 자신을 체포해 주길 부탁하며 "사랑하는 루트비히"가 있는 그곳에 자신도 기꺼이 있고 싶노라고 말한다.

 

2. 그녀가 괴텐과 통화하고 수화기를 막 내려놓자마자 또다시 전화벨이 울렸고, 그녀는 괴텐일 거라는 '희망을 억누르지 못한 채' 곧장 수화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전화기에서 흘러나온 것은 괴텐의 음성이 아니라 '섬뜩할 정도로 낮은'남자의 목소리로, '거의 속삭이듯이' 그녀에게 '추잡한 얘기'를 지껄여 댔다는 것이었다. 불쾌했던 것, 아니 가장 불쾌했던 것은, 그자가 같은 아파트 주민이라고 밝히면서, 그녀가 그리도 다정함을 원할 떄 왜 그렇게 멀리서만 남자를 찾느냐며 그는 이미 그녀에게 모든, 모든 종류의 다정함을 서비스할 준비가 되어 있고 그럴 수 있다고 한 것이다.

 

3. 모든 우편물이 익명은 아니었다. 익명이 아닌 제일 두툼한 편지 한 통은 인팀페어잔트하우스라는 통신 판매 회사에서 온 것으로, 갖가지 섹스 용품 목록을 그녀에게 제시했다. 그것은 카타리나의 심정에 이미지독한 충격을 가했는데, 더 몹쓸 것은 누군가가 손으로 덧붙여 쓴 글귀였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다정함이다"

 

4. 그리고 <차이퉁>의 그렇고 그런 쓰레기 기사는 늘 있었고, 몇몇 몹쓸 놈들이 익명으로 전화를 걸거나 편지를 보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삶은 계속되지 않는가? 루트비히는 아주 편안하게 오직 그녀만, 그녀 혼자만 알고 있듯이 잘 숨어 있지 않은가

 

5. 엘제 볼터스하임은 카타리나가 우는 모습을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걸, 어릴 때도, 학창 시절에도, 힘들고 주위 환경에 대한 고민이 그녀를 짓누를 때도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걸 떠올렸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녀가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게 기이하게 느껴졌다.

 

6. 그녀가 슈트로입레더 같은 사람을, 그러니까 부유할 뿐만 아니라 정계나 재계, 학계에서 겆러할 수 없을 정도의 매력 때문에 영화배우만큼 유명한 사람을 거부한다고 하면, 누가 그녀의 말을 믿어 주겠는가? 그리고 그녀 같은 가정부가 영화배우 같은 사람을 거절한다고 하면, 그것도 윤리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취향을 이유로 겆러한다면, 누가 그녀의 말을 믿겠는가?

 

7. 기운 내, 카아리나,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너를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아. 라고 말했다는 점에서도 모종의 위로를 했다고 볼 수 있었다. 이 말들에 숨겨진 위로는 상대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8. 왜냐하면 사람들은 이제 <차이퉁>을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블로르나가 이혼하려 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것은 아무 건거도 없는, 정말 전혀 사실이 아닌 소문이었다. 그런데도 이 소문이 부부 사이에 모종의 불신의 씨를 뿌렸다

 

9. 그녀에게 그녀는 이미 목요일에  첫 번째 기사를 읽고 나서 죽여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분명히 하려고 애쓰는 바는, 그 자신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이따금 누군가를 죽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죽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과 살해 계획은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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