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종종 선생님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들을 때면, 우리가 또래 친구로 만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조금은 당찬 상상을 하곤 했다. 그러나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그 값진 이야기를 공짜로 들을 수 있는 아이의 역할로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이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 어느덧 칠십. "나이 먹는 게 좋다. 너희도 나이 들어봐봐. 젊음과 안 바꾼다."했었는데 무심코 젊은 날의 내 사진을 햐염없이 보고 있다. 대체 무얼하며 이 좋은 날들을 보냈나? 많은 나날이 손가락 사이 모래알처럼 덧없이 바져나갔구나!
3. 1964년부터, 그러니까 아버지 돌아가신 열세 살 때부터 죽음 저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죽으면 어디로 갈까? 흔적도 없이 사라질까? 그렇게 끝인가? 항상 그런 생각을 했다. 중학교 3학년 졸업 앨범에 장래희망을 쓰는 코너가 있었는데, 나는 그곳에 '마음의 평화'라고 썼다.
4. 소고기를 넉넉하게 사 먹었는데도 금세 배가 꺼지고, 김치에 비벼 먹었는데도 배 속이 오래도록 든든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
결국 우리는 어떤 '기운'을 먹는 게 아닐까.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 집밥 속 엄마의 정성이나 사랑 같은 보이지 않는 마음을 먹는 걸까?
응원이나 격려나 사랑 등 멋진 말이 아니라도 좋다. 식구가 맛있게 잘 먹고, 집밥이 피가 되고 살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내 남편, 내 아내, 우리 아이 먹이려고 만드는 그 마음.. 음식에 담긴 그 마음을 먹으면 몸 안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되어서 험한 세상을 살아갈 에너지도 되고, 눈에 안보이는 것들을 더 귀하게 여기게도 된다.
5. 일하러 갔으니 일하고 온다. 보통 사람들의 출장처럼 역전 풍경, 공항의 느낌은 휙 스칠 뿐이다. 마음의 여유도 없을뿐더러 실제로 시간이 조금도 안 난다.
나는 그녀가 뭘 좋아했는지 모른다. 양희은은 좋아했나? 수국은? 얼만큼 좋아했을까? 그냥 좋아한다고 이야기해도, 다음번엔 새로운 것이 좋아질 정도의 호감이었을까, 아니면 세월이 지나도 계속 좋아할 만큼이었나. 그래도 내가 양희은의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그걸 보내주었을 때 그녀가 흘렸던 눈물은 기억이 난다. 서로에게 그 정도의 애틋함은 있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고작 그정도였음을 후회해야 하는 것인지는 고르기가 어렵다. 별로 특별할 것없는 글이, 자꾸 슬펐다. 어떤 생각을 자꾸 불렀다.
<출판사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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