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암제 갖다줘. 그거 먹고 집에 갈 거야" 항암제는 이제 소용없다는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중략) 확실한 건 그가 지옥 같은 통증 속에서도 살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그토록 삶을 원했다
* 그는 아프다는데, 나는 놀지 못해 아쉬워했다. 우리는 워터파크에서 나와 숙소로 갔다
* 허무하게 사라지는 시간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그 뿐이다. 잡고 싶은 특별한 순간은 나 혼자일 때가 아니라 우리일 때다
* 어떻게 살아야 할까? 혼자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당신은 왜 유언 한마디 안 남기고 떠났을까?
* 당신이 내게 남긴 게 하나 더 있어. 그건 바로 죽는 순간의 모습이야. 나도 당신처럼 죽게 될테니, 지금의 삶이 두렵지 않아. 언젠가 모든 것이 끝날 테니까. 아니 사실 두려워. 삶에 질질 끌려다니다 죽게 될까봐
* 제작년 장례식을 치르고 밤을 잘 수 없었다. 밤이면 떠올리고 싶지 않은 장면이 모조리 떠올랐다. 그의 죽음으로 나의 절반도 땅에 묻혔다. 어둠 속에는 나는 아직 살아 있는걸까?
* 고독과 외로움은 다른 것이라고 한다. 고독은 혼자 있기를 원하고 그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반면 외로움은 어쩔 수 없이 혼자가 되어 무기력해지는 것이다. 고독은 좋은 것이고 외로움은 피해야 하는 것일까. 그 둘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지쳐 쓰러져 있을 때 혼자 힘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 누군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로 다시 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겨난다
* 남편은 죽어가고 있는데 마누라는 놀러 간다고 손가락질 하지 않을까. 난 미치지 않으려고 그렇게 했다. 그이의 비명소리에 나도 죽을 것 같았다
* 아버지의 삶이 불쌍했고 어린 시절의 내가 불쌍했다
* 일상에서 갑자기 죽음이 느껴질 때가 있다. 사별 후 그 느낌이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남편의 마지막이 떠오른다. 그이에게 일어난 일이, 내게 일어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죽음은 가까이 있다. 만약 내 삶이 딱 2년 남았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
* 굶을 정도로 가난해본 적도 없으면서 가난이 나를 낭떠러지로 밀까 두려웠다
* 며칠 전 남편 꿈을 꾸었다. 밖을 돌아다니다가 그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걸 깨닫고 뛰어서 집으로 돌아와싿. 그이가 방에 누워 왜 이제 왔냐고 물었다. 미안해, 남편의 얼굴을 만졌다. 차갑다. 꿈이라는 걸 깨닫고는 무서워서 깨어났다. 다시 잠들면 같은 꿈을 꾸게 될 것 같아 눈을 뜨고 있었다
* 좋은 시절에는 안 쓰다가 힘든 시절이 되어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밤에 아이를 재우며 스마트폰 메모장에 일기를 썼습니다. 나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누구의 도움을 바라지 말고 혼자 힘으로 일어나야 한다고 결심했습니다. 대학 때 그이를 만나 많이 의지하며 살았습니다. 인간관계, 경제적인 부분 모두였습니다
그냥 내가 안좋아할 수 없는 책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의 책
근데 사실 책을 읽으며 좋다는 생각보다는 슬프다는 생각이 훨씬 많이 들었고, 슬프다는 생각보다는 죄책감이 훨씬 많이 들었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유별나지 않았는가 나는 왜 그 흔한 약 이름 하나 알지 못했는가
그런데 잘 모르겠다 다시 돌아간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더 하겠지만 누군가에 대한 원망은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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