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뒤에서 울고있는 나에게
본문 바로가기

문 뒤에서 울고있는 나에게

by imakemylifebeutiful 2020. 9. 24.
728x90


* 자식 봐서 기운 내야지. 나는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 "항암제 갖다줘. 그거 먹고 집에 갈 거야" 항암제는 이제 소용없다는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중략) 확실한 건 그가 지옥 같은 통증 속에서도 살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그토록 삶을 원했다

* 그는 아프다는데, 나는 놀지 못해 아쉬워했다. 우리는 워터파크에서 나와 숙소로 갔다

* 허무하게 사라지는 시간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그 뿐이다. 잡고 싶은 특별한 순간은 나 혼자일 때가 아니라 우리일 때다

* 어떻게 살아야 할까? 혼자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당신은 왜 유언 한마디 안 남기고 떠났을까?

* 당신이 내게 남긴 게 하나 더 있어. 그건 바로 죽는 순간의 모습이야. 나도 당신처럼 죽게 될테니, 지금의 삶이 두렵지 않아. 언젠가 모든 것이 끝날 테니까. 아니 사실 두려워. 삶에 질질 끌려다니다 죽게 될까봐

* 제작년 장례식을 치르고 밤을 잘 수 없었다. 밤이면 떠올리고 싶지 않은 장면이 모조리 떠올랐다. 그의 죽음으로 나의 절반도 땅에 묻혔다. 어둠 속에는 나는 아직 살아 있는걸까?

* 고독과 외로움은 다른 것이라고 한다. 고독은 혼자 있기를 원하고 그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반면 외로움은 어쩔 수 없이 혼자가 되어 무기력해지는 것이다. 고독은 좋은 것이고 외로움은 피해야 하는 것일까. 그 둘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지쳐 쓰러져 있을 때 혼자 힘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 누군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로 다시 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겨난다

* 남편은 죽어가고 있는데 마누라는 놀러 간다고 손가락질 하지 않을까. 난 미치지 않으려고 그렇게 했다. 그이의 비명소리에 나도 죽을 것 같았다

* 아버지의 삶이 불쌍했고 어린 시절의 내가 불쌍했다

* 일상에서 갑자기 죽음이 느껴질 때가 있다. 사별 후 그 느낌이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남편의 마지막이 떠오른다. 그이에게 일어난 일이, 내게 일어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죽음은 가까이 있다. 만약 내 삶이 딱 2년 남았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

* 굶을 정도로 가난해본 적도 없으면서 가난이 나를 낭떠러지로 밀까 두려웠다

* 며칠 전 남편 꿈을 꾸었다. 밖을 돌아다니다가 그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걸 깨닫고 뛰어서 집으로 돌아와싿. 그이가 방에 누워 왜 이제 왔냐고 물었다. 미안해, 남편의 얼굴을 만졌다. 차갑다. 꿈이라는 걸 깨닫고는 무서워서 깨어났다. 다시 잠들면 같은 꿈을 꾸게 될 것 같아 눈을 뜨고 있었다

* 좋은 시절에는 안 쓰다가 힘든 시절이 되어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밤에 아이를 재우며 스마트폰 메모장에 일기를 썼습니다. 나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누구의 도움을 바라지 말고 혼자 힘으로 일어나야 한다고 결심했습니다. 대학 때 그이를 만나 많이 의지하며 살았습니다. 인간관계, 경제적인 부분 모두였습니다

그냥 내가 안좋아할 수 없는 책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의 책

근데 사실 책을 읽으며 좋다는 생각보다는 슬프다는 생각이 훨씬 많이 들었고,
슬프다는 생각보다는 죄책감이 훨씬 많이 들었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유별나지 않았는가
나는 왜 그 흔한 약 이름 하나 알지 못했는가

그런데 잘 모르겠다
다시 돌아간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더 하겠지만
누군가에 대한 원망은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문 뒤에서 울고 있는 나에게
국내도서
저자 : 김미희
출판 : 글항아리 2019.10.25
상세보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계장 이야기  (0) 2020.09.26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0) 2020.09.25
사람에 대한 예의  (0) 2020.09.23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  (0) 2020.09.22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0) 2020.09.2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