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언가를 조율한다는 것은, 의견이나 삶을 조율한다는 것은, 다른 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고유한 음을 찾아주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으므로,
2. 어쩌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떨림 그 자체가 아니라 떨림이 지나간 후의 여운일지도 모르겠다, 하고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가 머물다가 떠나간 후 빈자리에 남아 이미 지나가버린 열정을 되돌아볼 때의 그 뒤늦은 떨림 혹은 떨림의 여운이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뒤늦은 자각이 마음을 흔든다.
3. 미래를 꿈꾼 적 없다면 거짓말이겠으나 그것이 알록달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온 세상에 언제나 환한 불이 켜져있기를 바란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가난하고 고집 센 나날들 속에서 유난히 반짝이던 하나의 빛이 꺼지는 순간, 한숨 같은 마지막 호흡을 내뱉으며 미래의 한 부분이 죽어버린다.
4. 외투 같은 삶을 껴입고 그는 걸어간다. 사치스럽지는 않아도 불편하지 않은 삶이다.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며 불안할 것도 없으니, 호들갑을 떨 일은 없다고 그는 생각한다. 처음부터 몸에 잘 맞지는 않았으나, 오랜 세월을 지나오면서 몇 번쯤 수선도 했다.
5. 조그마한 소시지에 칼집을 내어 꼬마 문어를 만들면 소풍이야. 따뜻한 우유를 휘저어 거품을 내고 갓 뽑은 커피를 부은 다음에 계피가루를 뿌리면 소풍이야. 걸음을 멈추고 꽃봉오리 들여다 보면 소풍이야. 꽃봉오리에 잠시 머물러 있던 노랑나비 팔랑팔랑 날아가면 소풍이야.
6. 쉬엄쉬엄 가다가 작은 달을 만나는 일, 노닐고 거닐고 날리는 일. 헤지고 닳는 일. 소식을 듣고 안부를 전하는 일. 거리낌 없이 떠도는 일. 그러다 헤아려 생각하니 어디선가 벌레 우는 소리가 들리는 일이 소풍이야. 바람에 마음을 풀어두면, 그게 소풍이야
구절구절 너무 멋진 말들이 많았는데, 몰입력 있지는 않았다.
한동안 책을 읽지 않았어서, 이 책도 읽다 만 책이었다.
책을 읽을 시간이없었다. 회사에서는 일하고 놀고?ㅎㅎ, 집에서는 운동가고, 그림그리고, 베이킹이라는 여러 취미를 돌아다니느라ㅋㅋ
10월 5일에 구매한 3권의 책들을, 12월 6일이 된지금에서야 다시 시작했다.
처음부터 다시 읽었는데도 몰입돼지는 않았다.
그래도 멋진 구절들이 많아 추천하는 책.
2020.11.17 - [책] - 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
1. 나는 좋은 살마이다. 여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몇 명 정도는 있겠지만 대체로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해주는 것 같다. 밤마다 투잡을 뛰어서 기부하거나 주말마다 졸린 눈 비비고 나가 봉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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