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선생님도 마음속에 여러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대니가 우겼다. "나한테는 이런 식으로 말했다가, 곧 바꿔서 아서처럼 어려운 말을 쓰시잖아요."
띵언.. 다중인격이라는 병을 가진 사람과는 물론 다르지만, 사람들은 이런 면모를 가지고 있다.
2.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다 이런지도 모른다. 시간을 잃어버리는 경험과 마찬가지로. 빌리는 모든 사람들이 시간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짐작했다. 종종 어머니나 이웃 사람도 "어머나, 시간이 이렇게나 지났는지 몰랐네." 내지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 "세월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라고 하지 않는가.
3. 어린애들은 절대 차를 몰아서는 안 되었다. 누구든지 자리에 나갔을 때 운전대를 잡게 되면 조수석으로 가고, 더 나이 든 사람이 나와서 운전할 대까지 기다려야 했다.
모두 아서가 아주 철저하게 규범을 만들었고 모든 일을 논리적으로 생각했다는 데 동의했다.
위험에 대한 규칙이나 방지를 스스로 세웠다는 점이 놀라웠다.
4. 방으로 다시 돌아간 앨런은 여행 가방을 뒤져서 아서 스미스란 이름으로 되어 있는 여권을 찾아냈다. 그 안에는 런던 행 편도 티켓의 영수증이 들어 있었다. 그는 침대 위에 푹 쓰러졌다. 도대체 아서는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미친 자식 같으니!
앨런은 주머니를 뒤져서 75달러를 찾아냈다. 집에까지 갈 돈을 어디서 구한담? 돌아가는 표는 아마 삼사백 달러 정도는 될 것이다.
"제기랄! 빌어먹을! 재수 옴 붙었네!"
앨런은 호텔을 나가기 위해 아서의 옷가지를 챙기다가 갑자기 멈췄다.
"이 따위는 집어치우자. 아서에게 쓴 맛을 보여줘야지."
앨런은 짐과 옷가지를 그대로 두고 떠났다. 그는 여권을 손에 쥐고 숙박비도 내지 않은채 호텔을 나가 택시를 불러세웠다.
"국제공항으로 가주세요."
"히스로요, 아니면 갯윅요?"
앨런은 여권을 뒤져서 편도 티켓을 찾아냈다.
어차피 다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렇게 서로를 골탕먹일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진짜 모두 다른 사람이었기에, 자신을 속였다고 여기게 되었고, 그러니 상대를 골탕먹이기 위한 수를 썼다는 점이 놀랍다.
5. 원래는 만돌린을 들고 있는 17세기 귀족 부인을 그릴 계획이었다. 앨런이 얼굴과 손을 그렸다. 타미는 배경을 그렸다. 대니는 세부묘사를 완성했다. 손에 만돌린을 그릴 때가 왔을 떄, 대니는 자기가 어떻게 만돌린을 그리는지 모른다는 것을 꺠닫고 대신 악보를 그렸다, 48시간 동안 쉬지 않고 셋이 돌아가면서 작업했다. 마침내 일이 다 끝나자, 밀리건은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 잠이 들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서로 잘하는 분야를 나누어 그린다는 점도, 모두 다른 조냊로 인식한다는 증거로 보였다.
나도 빌리를 마주했다면, 이 사람이 하는 것이 연기라고 충분히 의심했겠으나, 절대 연기로 나올 수 없는 시간의 공백에 큰 안타까움을 느꼈다. 마음 속에 너무나 많은 사람이 살고 있고, 그 사람들이 갑자기 몸을 차지할때마다 나는 지금의 위치를 알 수 없다. 그럼 그때부터 추론을 시작해야한다. 앞에 널부러진 물건들을 보고, '아, 나 이거 하던 중이었나? 계속 하자.' 또는 길을 걸어가다 '나 어디로 가는 중이더라' 하면 주머니를 뒤져 목적지에 대한 단서를 찾아내야 하고, 단서를 찾지 못했다면 그때부터 새로운 목적지를 만들어 가야한다.
이 사람이 무죄판정을 받은게 옳은가에 대한 논란이 굉장히 많다. 하여 나는 '그렇다면 빌리 밀리건은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나, 선택권이 그것밖에 없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군대에서도 각종 일을 가지고 나서도 빌리는 그 일을 지속할 수 없었다. 인격이 바뀌면, 집에 들어와서 자기 방도 찾지 못하는데, 어떻게 일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일을 유지하지 못하면 경제적인 난관에 봉착한다. 그럼 그는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가, 그림을 이용할 수 있었다.
다만 여기서 '불량자'들의 존재를 확인해야 한다. 불량자가 빌리의 인격내에 여럿 존재하고, 그들이 스포트라이트에 앉는 것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빌리는 하나 둘 작은 강도짓부터, 마약, 그리고 강간까지 범위를 넓히게 되었다. 미술만으로 먹고 살지 않고, 마약 거래와 같은 일에 손을 대게 된 것도, 불량자들은 그런 소동을 일으키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인격이었고, 그 일은 주기적으로 기억이 사라져도 어느정도 지속이 가능했겠지.
자세히 과정을 나열하지 않았지만, 빌리는 죗값을 치루기보다 보호관찰과 치료가 긴급했다는 결과는 매우 동의한다. 뭔가 급결론이나, 그래, 안타깝다. 얼마나 스트레스 받았을까 살면서 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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